*쿠알라룸푸르 커뮤니티의 Harith, Chee, Wen Kang, Sam, Vienna 그리고 Kim, 또 대만 커뮤니티의 Noah, Jackey, Vivien 또 일본의 Hal, Taka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분들과의 대화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대화들이 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최근, '공공재(Public Goods)'를 위한 작은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펀딩의 시작으로 제가 먼저 멀티시그 월렛에 약 2이더를 납입하였고 [여기](https://optimistic.etherscan.io/tx/0xbe1317e6057a6f569f31e32cd0ddcf4885579d2ca29b0357db0054fc1937d186)서 볼 수 있습니다. 이 2이더는 제가 속해있는 한국 커뮤니티에서 면접을 통해 개발자 3명을 선발하고 이 분들이 글로벌 해커톤에 참가하는 비용을 서포트하는데 사용될 겁니다. 본 기회를 통해 선발된 분들은 세계로 나아가 직접 마주하고 경험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조건은 해커톤 참가시 획득한 상금을 다시 public funding pool에 넣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후속 참가자들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과연 2024년 방콕에서 열리는 데브콘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가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이니셔티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다음 양식을 채워주시면 됩니다. https://forms.gle/szTfQBm6J2PfeVcS8, 한국시간 2024년 <del>4월 30일</del> 5월 13일 밤12시 마감)
우리는 경쟁사회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는 보통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많은 젊은이들은 '성장'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뒤쳐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이런 강박은 불안 지수를 끌어올리고 높은 자살률에 기여합니다. 한국은 특히 이런 경쟁사회의 극단적인 한 예시입니다. 2023년 한국의 출산율은 0.72를 기록했으며 가장 경쟁이 심한 지역인 서울지역에서는 0.55를 기록했습니다. 더불어 자살율 또한 10만명당 25명을 11명 정도인 OECD 평균을 2배 이상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사회와 다르게 분명 사회 어딘가에는 포지티브섬 게임이 동작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은 바로 오픈소스 사회입니다. 오픈소스는 일종의 공공재에 대한 봉사활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약탈적 생태가 만연한 경쟁사회와는 다르게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것은 사회에 사랑을 베푸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이 것은 자연스럽게 게임을 제로섬게임에서 포지티브섬게임으로 전환합니다. 오픈소스 정신을 기반으로 우리는 이미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공공재들을 보고 있습니다. 바로 리눅스,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이 그 결과물들입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와 지식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사회에 진정한 가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시민해킹(Civic Hacking)은 오픈소스활동을 통해 공공재에 기여하는 운동으로, 오픈소스 그리고 공공재가 아름답고도 강력하게 결합된 정말 환상적인 운동입니다. 혹자는 공공재에 대한 기여는 보통 보상체계가 불문명하고 금전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스타트업전략과 대비해 사람들을 동기부여하기 어렵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러한 의심의 눈치리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예시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것은 바로 대만 커뮤니티입니다. 대만의 시민해킹 커뮤니티는 실제로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고, 대표적인 커뮤니티 g0v는 장관을 배출해냈습니다. 바로 대만의 디지털부 장관 오드리탕이 g0v의 핵심멤버입니다. 오드리탕은 Web3와 DID가 결합된 실험 등을 주도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는 기술들을 지원하는 등 대만사회에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만 뿐만이 아닙니다. '코드 포 아메리카'를 통해 촉발된 시민해킹 운동은 코드 포 재팬을 거쳐 코드 포 코리아까지,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의 공공시스템을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공공시스템이 더 나아질 수록 사람들은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더 튼튼한 안전망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움직임이 소수의 운동에 머물러 있고 많은 이들에게 퍼져있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로 거대 프로젝트는 하기 어렵고 작은 프로젝트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점은, R&D에 대한 막대한 양의 공공예산이 존재하고 이 예산이 공공재에 제대로 투입되어야 하지만 상당한 부분이 "정부지원사업"의 부패 그리고 만연한 횡령과 배임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연구요원과 결부된 학계 시스템도 매우 큰 문제입니다. 학계로 투입된는 R&D 비용은 공공성을 띄고 있지만 단순히 '랩비'를 따내기 위한 과제와 문서작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여기에는 대학원생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돼 이미 잘못된 시스템에 녹아들어있어 공범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랩에서 회사를 창업하고 여기에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병역을 대체하고 있는 학생들을 연구와 동떨어진 업무로 착취하거나 횡령, 배임에 해당되는 문서작업을 시키는 일 등은 이게 문제인가 헷갈릴 정도로 매우 널리 퍼져있는 행위들입니다. 그러나 군인이라는 신분, 그리고 학계의 폐쇄적 특성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대학원생들은 자조섞인 말로 노예나 다름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CSR)에서 나올 수 있는 자선기금 등을 모아 공공재에 집중하는 펀드를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공재 펀드 PPFF KR(펑크스 퍼블릭 펀드 포 코리아)는 쿼드라틱 펀딩, 쉽게 말해 대중이 펀딩한 만큼에 비례하여 매칭펀드가 나갈 수 있는 방법 등을 활용해 공공이 진짜 필요로 하는 일에 펀딩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옵티미즘의 RetroPGF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런 방식을 통하면 대중의 참여를 통해 기존의 공공예산이 부적절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대안이 될 수가 있습니다. 대중이 같이 펀딩하므로 당연하게도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자문단 또한 무늬 뿐이 아닌 실질적이고 전문적으로 동작해야만 합니다. 대중의 시퍼런 눈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이를 통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정부지원사업 및 R&D 예산 빼먹기 등에 대응하면서도 시민해킹의 정신을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공재펀드 '펑크스 퍼블릭 펀드 포 코리아'의 비전입니다. 그러나 이 비전은 당장 달성하기에는 다소 야심찬 계획입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공공재와 공공펀드를 통해 포지티브섬게임을 더 이끌어 낼 수 있는 출발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 작은 시작이 바로 해커톤 참여를 후원하는 것입니다. 이번 4월 초에 있었던 아시아 커뮤니티 리더들과의 모임 '파고다'에서 말레이시아 커뮤니티의 Sam이 말레이시아 학생들에게는 '여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라는 것을 공유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ETHKL 커뮤니티의 Chee 또한 커뮤니티 멤버들을 이끌고 1년 넘게 글로벌 해커톤을 다니면서 수상을 하고 그 상금을 다시 해커톤에 참여하기 위한 여비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많이 성장할 수 있었는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우리나라 학생들도 한국의 경쟁적인 사회에서 한발짝 물러나 세계에서 어떤일들이 일어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그들이 배워온다면 사회에 변화가 일어나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이 변화를 출발시키기 위해 멀티시그 지갑에 2이더를 이체했습니다. 이 2이더는 3명의 학생들이 글로벌해커톤에 참여하는 여비로 사용될 겁니다. 학생들이 해커톤에 참가해서 상금을 타면 그 상금을 다시 멀티시그 지갑에 이체해야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학생들이 글로벌로 나가 더 많은 해커톤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되는 학생들은 더 많아질 겁니다. 저는 선의로 시작되는 이 시스템이 양적 피드백고리를 동작시켜 지속 가능성을 가지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가을에 있을 데브콘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한국 학생들을 해커톤에 보내고 서포트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여기에 지원하고 싶은 학생을 위해 다시 한 번 링크를 남깁니다. https://forms.gle/szTfQBm6J2PfeVcS8)
결론적으로, '펑크스 퍼블릭 펀드 포 코리아' 등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제가 하고싶은 것은 공공재 그리고 공공펀드에 대한 커뮤니티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싶습니다. 열린 마음과 협력하는 것 그리고 박애정신을 나누는 문화를 더욱 확산시켜 개개인이 더욱 지지받고 나아가 많은 것을 탐험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받은 것을 다시 재투자하는 성장과 나눔의 순환고리가 제가 속한 작은 커뮤니티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세계에도 멀리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생각이 울림을 만들어 [ppff.kr](https://github.com/ppff-kr/ppff.kr)을 포크하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ppff.xyz](https://github.com/ppff-xyz/ppff.xyz)에 공유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다 같이 공공재와 오픈소스의 힘으로 포지티브-섬게임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Special thanks to Seeeun, Songyi, and Soowon for being part of the multisig signers who will help ensure this fund is used in a transparent manner.*